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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게시판]

월 소득 100만 원으로 지속가능한 삶

글쓴이 : 조계사 날짜 : 2018-06-11 (월) 17:05 조회 : 11
    










 
 
 


땅거미, 놀래기, 무당벌레...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요며칠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이제 곧 봄이 오려나봅니다. 지난겨울 이곳 삶도 혹독했습니다. 보일러 세탁기, 수도가 심심찮게 탈이 났고 샘물마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몸으로 맞으면서 기후변화와 자연재앙이 나의 문제, 삶의 문제로 깊이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추워질 것이라는데 시골이라 해서, 오지로 숨는다 해서 온난화의 과보를 피할 수 없음을 알겠습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도시민들, 산업국가나 북반부의 부자 나라들의 책임이 크지만 책임을 따지고 기다릴만큼 한가한 형편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한 때 탄소 산업을 규제함으로써 지구온난화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굴뚝산업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각자의 삶입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냉난방이 잘 되는 사무실, 한겨울에도 반팔만 입고 사는 아파트, 편하고 빠른 자동차, 시도 때도 없이 먹는 고기와 버려지는 엄청난 음식물 쓰레기, 수많은 일회용품과 포장재 등을 포기하지 않는 한 기후변화와 자연재앙의 위기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주인의식을 갖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자원 재활용을 먼저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합니다.



파편화된 소비자로서의 삶을 접고 지속가능한 삶을 모색하는 이들이 요즘에 귀농귀촌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 인구의 90%이상은 도시에 모여 삽니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산업화와 급속한 도시화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던 양상이 두 해 전 비로소 꺾였습니다. 2016년에는 30만이 넘는 사람이 도시에서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겼습니다.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만으로 새로운 길이 열리지는 않습니다. 수십 년 동안 내달린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농촌 역시 황폐해졌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는 귀농 성공담을 종종 소개합니다만, 그런 방식의 경제적 성공은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극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사례입니다. 대개의 시골은 늙었고, 활기가 없습니다. 설혹 좋은 마음을 먹고 귀농을 했더라도 홀로 헤쳐가기에는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거기에는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골에서도 홀로 서기는 소수 승자만의 성공만을 허락하지만 우리가 협동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낼 수 있다면, 다수가 더불어 사는 길을 얼마든지 모색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생명평화대학은 올해부터 1년 과정의 청년인생학교를 열어 공동체 방식의 삶을 배우고 익힙니다. 교육환경도 열악하고 아직 미래도 불투명하지만 20대 청년들 몇몇이 기꺼이 이 길을 걷자고 모여들었습니다. 한 해 동안 함께 살면서 농촌을 기반으로 한 청년들의 교육-일자리-주거 모델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먼저 청년들에 걸맞은 작은집 짓기로 새로운 주거문화를 시도하려 합니다. 사찰이나 국가가 유휴토지를 제공하여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한 6평 내외의 작은 집을 짓는 것입니다. 여기에 복지, 문화, 생태 등 공익적 일자리와 더불어 협동적방식의 사회적 기업을 통해 월 1백만원 정도 소득이 가능한 일자리 몇 곳을 실험적으로 만들려 합니다. 교육은 이런 청년들의 미래설계를 뒷받침하고 실행하는 것을 돕습니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세우고,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주거와 일자리 모델을 만드는 통합적 모델입니다. 



1백만 원으로 생활이 가능한가라고 의아해하겠지만, 그동안 시골살이를 하며 지켜본 바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주거문제를 스스로 혹은 함께 짓는 작은집으로 해결하고, 유휴토지나 텃밭 경작을 통해 먹거리를 어느 정도 조달하면 생계비용은 크게 줄어듭니다. 거기에 출산을 기피하게 하는 육아-교육의 부담을 공동체와 마을이 나누어질 수 있다면 월 백만 원 소득으로도 도시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 청년들이 평균 2백만 원 남짓한 소득을 올리지만, 수입의 대부분이 주거와 기본생활 유지로 지출됨을 감안하면 농촌에서의 월 백만 원 소득은 그렇게 적은 것이 아닙니다. 



짧은 지면상 상세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실상사가 위치한 산내마을에는 이미 백만 원도 안되는 소득으로 삶을 풍족하게 꾸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귀농 귀촌인들이 서로 도와가며 사는 마을공동체가 적은 소득으로도 질 높은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지난 20년간 귀농학교를 통해 귀농인들을 배출하고, 마을공동체를 일궈온 실상사와 인드라망공동체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귀농인들이 면 전체인구의 20%이상을 점할 정도로 많은 산내마을에서도 청년들의 삶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주거와 일자리라는 큰 산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산내는 가능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만약 이곳에서 청년 주거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열린다면 청년실업은 물론, 저출산과 같은 국가적 난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문명전환의 삶도 이런 작은 성공이 모인다면 활발히 모색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부분 농산촌에 위치한 한국의 사찰은 이런 실험을 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과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농산촌의 사찰들은 황폐화된 농촌과 마찬가지로 점차 비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찰의 유휴토지를 활용하여 작은집 운동을 지원하고, 사찰이 보유한 농지와 임야를 청년들의 경제활동에 보탬이 되도록 배려할 수 있다면, 마을도 살고 사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불교는 공동체의 종교입니다. 우리는 부처님, 붓다가 설한 진리와 더불어 공동체를 의지처로 모십니다. 세계의 주요 종교 가운데 공동체를 교주와 같은 반열에 놓는 종교는 불교뿐입니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지만, 그 숲은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수많은 생명을 보듬고 키웁니다. 불교의 생명력이 아름답게 가꾸어진 사람 숲에서 나오듯 갈 곳 몰라 헤매는 청년의 삶도 공동체와 협동을 통해 활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1백만 원으로 지속가능한 청년의 삶이 시골의 마을 절들에서 다양하게 실험된다면, 사찰은 문명전환의 숨구멍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근대화 산업화는 늦었지만, 문명 전환은 앞서가는 불교의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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