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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게시판]

성의껏

글쓴이 : 조계사 날짜 : 2019-05-31 (금) 19:16 조회 : 25
    










 
 
 


여러 해전 결혼식 날짜를 며칠 앞두고 있던 딸과 소담소담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생각납니다. 부모 품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는 딸에게 들려줄 도움이 될 만한 말을 고르고 있는데 그런 제 마음을 읽었는지 딸애가 “잘할게 엄마, 너무 걱정 하지마세요” 하며 제 손을 잡았습니다.

“그래, 잘해야지.”

고개를 끄덕이며 딸애를 바라보는 제 마음에 아릿한 안쓰러움이 밀려오며 문득 저의 지난날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  

“?”



이해할 수 없다는 딸애의 놀란 표정을 보며 제 경험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엄마도 전엔 잘해야지 생각하고 나름 애 많이 썼어.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뭔가 자꾸 어긋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내 딴엔 열심히 잘한다고 했는데 의외로 지적이나 핀잔을 듣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닥 잘 한 것 같지 않은데 잘했다 칭찬을 듣고….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만 반대로 핀잔을 들으면 실망하고 서운해지고 원망의 마음까지 들고, 대체 잘한다는 게 어떤 정도를 두고 말하는 건지 기준을 모르겠고 점점 헷갈리는 거야.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일 자체보다 잘하려고 하는 생각이 강박관념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왜 그렇게 잘하려고 하는지, 진짜 잘한다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해 보았어.

곰곰 생각하다보니 ‘일을 칭찬 받기 위해서 하나? 인정받기 위해서 하나?’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연 답이 보이데.”

딸애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습니다.



“잘해야지 하는 생각 뒤엔 ‘잘해서 칭찬 받고 싶다, 잘해서 인정받고 싶다’라는 놈이 꽁꽁 숨어 있다는 걸 그때 비로소 알게 된 거지.

그 후로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성의껏 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어. 그랬더니 마음도 편해지고 같은 일을 해도 힘이 훨씬 덜 드는 것 같은 거야.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거, 성의껏 했는지 아닌지는 자신이 제일 잘 알아.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은 속이지 못하니까.”

알았다는 듯 딸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까지 지어보였습니다.



한해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올 한해도 이런저런 일들이 올해만큼의 부피와 무게로 주어질 것 같습니다. 무언가 일을 하면서 칭찬이든 인정이든 보상을 바라는 순간 보상의 노예가 되어 같은 일을 하고도 공덕이 아닌 업을 짓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부처님께선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든, 누구와 함께 하든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아가라 하셨죠.

다시 또 한해를 시작하며 ‘수처작주’의 제 버전을 다짐하듯 되뇌어봅니다.

‘성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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