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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게시판]

성재헌의 경전독후

글쓴이 : 조계사 날짜 : 2019-05-31 (금) 19:10 조회 : 58
    










 
 
 


한 사람이 부처님께 물었다.

“부처님, 당신은 저희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과 저는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저는 당신과 너무나 다릅니다.”

“무엇이 그리 다릅니까?”

그가 말했다.



부처님, 당신의 몸짓은 강물처럼 부드럽고, 당신의 말씀은 한여름 나무 그늘처럼 시원하고, 당신의 미소는 봄 햇살처럼 따스합니다.

달랑 밥그릇 하나 들고 마을로 들어설 때도 당신은 마치 자기 집 안마당이라도 거니는 냥 낯설어하거나 허둥거리는 법이 없습니다. 

남의 집 문턱에서 한 덩이 밥을 구걸할 때도 당신은 ‘부디~’라고 말하는 애절한 눈빛을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 두 팔을 벌려 환영하고 푸짐한 양에 맛깔스러운 찬까지 얹어주어도 당신은 그 흔한 ‘고맙다’는 말조차 없이 곧바로 등을 보이십니다.

보고도 보지 못한 척, 듣고도 듣지 못한 척, 있으면서도 없는 척하며 누군가 당신을 외면하고, 당신을 무시해도 바위를 돌아가는 물살처럼 당신은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습니다. 

때로는 주린 배를 달랠 식은 밥 한 덩이 얻지 못하고 빈 발우로 마을을 나설 때에도, 당신의 발걸음은 소풍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마냥 경쾌합니다.

하지만 부처님!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일 앞에서 저는 늘 당황하고, 두렵습니다.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저 이가 날 싫어하면 어쩌나 행여 감당치 못할 큰일이라도 닥칠까 싶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느라 얼굴이 굳고, 몸짓이 뻣뻣하기 일쑤입니다.

나름 조심하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 싶지만 야속하게도 그는 내 맘을 몰라 줍니다. 그럴 때마다 제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머릿속은 먼지 바람만 가득한 사막이 되어버립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저의 기대는 자주 실망으로 되돌아오고 더는 상처받기 싫어 마음의 문을 닫는 습관까지 생겼습니다.

무관심이 저를 지킬 최선의 방법이라도 되는 냥 그렇게 웃고,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겉은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매끈해졌지만, 속은 늘 불편하고 불안합니다.



플라스틱의 미소!

그 가면이 저를 지켜 줄 철옹성이라 믿었지요.

그 가면이 저를 가두는 감옥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답니다.

플라스틱의 미소!

그 가면을 언제든 썼다 벗을 수 있으리라 여겼지요.

그 가면을 벗을 용기가 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답니다. 굳어버린 얼굴, 무미건조한 말투, 상투적인 몸짓 그 속에 웅크린 나날이 오래다 보니  때로는 제집 안마당도 낯설어질 때가 있습니다.

부처님!

저도 정말 당신처럼 살고 싶습니다.

당신처럼 이익과 손해 앞에서도, 칭찬과 비방 앞에서도 나아가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에도 마음이 평화롭고, 미소가 따뜻하고, 발걸음이 경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의 삶은 당신과 너무나 다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도대체 뭐가 다릅니까?

저라고 다른 밥을 먹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먹는 밥을 저도 똑같이 먹습니다.

저라고 다른 공기를 마시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호흡하는 공기를 저도 똑같이 호흡합니다.

저라고 다른 풍경을 보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보고 있는 빨간색 노란색을 저도 똑같이 바라봅니다.

저라고 다른 소리를 듣는 게 아닙니다.

새벽이면 닭 우는 소리, 밤이면 개 짖는 소리 똑같이 듣습니다.

저라고 다르게 느끼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차갑다고 느끼는 것은 저도 똑같이 차갑다고 느낍니다.

저라고 다르게 아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산이라 부르는 걸 저도 산이라 부르고, 당신이 강이라 부르는 걸 저도 강이라 부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나는 알지만 당신은 모른다는 정도뿐일 것입니다.”



그가 의아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무엇을 모른다는 말씀입니까?”

“밥을 먹는다는 게 무엇인지, 숨을 쉰다는 게 무엇인지, 보고 듣고 느끼고 안다는 게 무엇인지, 한마디로 요약하면 산다는 게 무엇인지, 당신은 모르고 있습니다.”

“도대체 뭘 모른다는 겁니까? 밥 먹고, 숨 쉬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처님께서 곧바로 되물으셨다.

“그 밥을 누가 먹지요?” “제가요!”

“누가 숨쉬고, 누가 보고, 누가 듣고, 누가 느끼고, 누가 알고, 요약하자면 누가 살고 있지요?” “제가요!”

그러자 부처님께서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말씀하셨다.

“거 봐요. 당신은 모르고 있습니다.”





성재헌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현재 동국역경위원. 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 조계종 간행 <부처님의 생애>, <청소년 불교입문> 집필위원으로 참여. 저서로 <커피와 달마>, <붓다를 만난 사람들>, <육바라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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